사회

전한길 배신자 논란·김건희 특검 격돌, 윤석열 둘러싼 국민의힘전당대회 혼전

MoneyWalker 2025. 8. 21. 12:36

 

2025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전례 없는 혼란 속에서 치러졌다. 우파 유튜버 전한길의 등장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 논란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정책과 비전은 실종되고 유튜브 여론전이 중심이 된 이례적인 전대가 펼쳐졌다. 이번 글에서는 전당대회의 흐름을 지배한 네 가지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정치의 본질이 어떻게 흔들렸는지 짚어본다.

1. 우파 유튜버 전한길의 "배신자" 외침, 전당대회를 뒤흔들다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는 ‘우파 유튜버’ 전한길의 전면 등장을 통해 유례없는 혼란을 겪게 되었다. 유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한 전한길은 입당 3개월 만에 주요 후보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며, 전당대회의 화제 중심에 섰다. 기존 정치인 중심의 구도에서 벗어나, 유튜브 인플루언서가 당내 선거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전당대회 현장을 뒤흔든 '배신자' 외침

2025년 8월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은 단적인 예였다. 전한길은 당시 연설 중이던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를 향해 "배신자"를 외치며 당원들과 함께 연호했고, 이는 현장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몰고 갔다. 후보자 발언은 중단됐고, 연설회장은 후보 지지자들 간의 고성과 충돌로 혼란을 빚었다. 전당대회가 정책 경쟁보다 감정적 프레임에 휘둘리는 시발점이 된 장면이었다.

 

유튜브가 무대가 된 전당대회

당초 전당대회는 TV토론, 지역 연설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유권자에게 정책을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다. 전한길을 포함한 우파 성향 유튜버들이 후보들을 자신의 방송에 출연시켜 사실상 '면접'을 진행했고, 후보자들은 앞다투어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을 홍보했다. 그 과정에서 당내 우파 기류가 강화되었고, '윤 어게인', '탄핵 반대' 등 특정 정치 구호에 줄을 서는 듯한 모양새도 나타났다.

 

윤리위 징계는 있으나마나

전한길의 언행은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지만, 징계 수위는 경고에 그쳤다. 그는 징계 당일에도 당사를 찾아 김문수 당대표 후보와 회동했고,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당 지도부는 그를 전대 출입 금지 대상자로 지정했지만, 실질적인 제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당이 전한길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용당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전당대회 프레임의 전환

이후 전당대회 내내 '배신자' 프레임은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일부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며 논의의 무게 중심은 정책이나 비전이 아닌, 과거 행적과 정치적 충성도로 옮겨졌다. ‘찬탄파’(탄핵 찬성)와 ‘반탄파’(탄핵 반대), ‘친전한길’과 ‘반전한길’이라는 구도까지 등장하면서, 전당대회는 당 쇄신보다 당내 진영 싸움으로 치닫게 되었다.


이처럼 전한길이라는 유튜버의 등장은 단순한 논란을 넘어,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 구조를 표면화하고 당의 미래지향적 논의를 잠식했다. 전당대회가 유권자 중심의 정책 대결장이 아니라, 유튜브 프레임과 감정적 여론전에 휘둘린 정치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남긴다.

 

2. 김건희 특검의 압색 시도, 당대표 후보들 농성·시위로 맞서다

2025년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막판 분위기를 뒤흔든 사건은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중요한 시점에 이뤄진 특검의 강제수사 조치는, 정치권에 강한 충격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당내 후보자들에게는 정치적 선택을 강요하는 분기점이 되었다.

 

중앙당사 압수수색, 선거 아닌 수사 전면에 선 전대

8월 13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은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는 전당대회 공식 투표일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보통 후보자들이 지역을 돌며 표심을 끌어모아야 할 시점에, 당사는 긴급히 수사기관의 진입을 맞게 되었고, 선거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농성으로 대응한 김문수 후보, 시위 나선 장동혁 후보

압색 이후 김문수 당대표 후보는 당일 밤부터 국민의힘 당사 로비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특검의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 규정하고, 이 사안이 단순한 법률 문제가 아닌 정권 전체를 향한 공격이라 주장했다. 장동혁 후보 역시 법원 앞 시위를 시작으로, 대통령실 앞까지 장소를 옮기며 특검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이런 행보는 후보 본인의 정치적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려는 의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당원들에게 '대여 투쟁력'을 보여주려는 전략적 움직임이기도 했다.

 

전대가 ‘정책’ 아닌 ‘수사’ 중심 이슈로 전환

정상적인 전당대회라면 각 후보들은 비전과 정책, 당 개혁 방안 등을 앞세워 경쟁했어야 했다. 그러나 압수수색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김건희 특검’과 그에 대한 대응으로 옮겨갔다. 언론과 유권자들의 시선 또한 각 후보가 이 사안에 어떤 입장을 보이는지에 집중되면서, 정책 논쟁은 사실상 실종됐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가 새로운 프레임으로 자리 잡으며 전당대회의 논의 축이 완전히 변질되었다.

 

단일화 무산과 갈등 심화의 배경

이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는 특검 출석 요구를 거부했고, 조경태 후보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두 후보 간 단일화가 논의되었지만, 특검을 둘러싼 입장 차이와 당내 내란 프레임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결렬되었다. 조 후보가 당내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고 공개 발언하자, 이에 반발한 다른 후보들로부터는 “후보직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내부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김건희 특검 수사는 단순한 사법절차를 넘어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후보자들이 거리로 나서야 했던 이번 전대는 ‘미래 비전’보다는 ‘정권 방어’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는 당 쇄신을 기대한 지지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장면으로 기록되었다.

 

3. 윤석열 탄핵 프레임, '찬탄 vs 반탄' 갈등으로 전선 확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가장 첨예하게 떠오른 이슈는 '윤석열 탄핵'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이었다.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닌, 당의 정체성과 미래 노선을 가르는 기준으로 작동하며 전대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전한길 유튜버의 '배신자' 프레임과 맞물리면서, 후보자들은 자신이 찬탄(탄핵 찬성)인지, 반탄(탄핵 반대)인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밖에 없는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윤 대통령 지켜야” vs “윤석열 책임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두고 당내는 극명히 갈렸다. 안철수, 조경태 후보 등은 윤 대통령의 행보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과거 탄핵 논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반면 장동혁, 김문수 등은 ‘윤 대통령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이 반탄파임을 강조했다. 이런 입장 차이는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각 진영의 당원 결집 효과를 불러오면서 전대를 진영 싸움으로 전환시켰다.

 

전한길의 '배신자' 외침이 만든 이분법

이 갈등을 더욱 분명히 만든 것은 전한길의 ‘배신자’ 발언이었다. 그는 연설회장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후보들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배신자”라 규정했고, 지지자들과 함께 이를 반복 연호했다. 이로 인해 선거는 정책 논쟁이 아닌, 윤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평가로 전락했고, 당내 분위기는 더욱 격화됐다. '찬탄 대 반탄', '친윤 대 반윤', '친전한길 대 반전한길'이라는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며 정치적 중립지대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단일화 실패, 분열의 상징

특검 수사 대응 방식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차이는 후보 단일화 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조경태 후보는 반윤 후보들과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내부적으로 “탄핵 찬성파”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후보 간 신뢰가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안철수와 조경태는 단일화에 실패했고, 이는 지지층 분산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 중심의 논쟁에 가려진 쇄신 의제

전당대회의 본래 목적은 당의 쇄신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지도부를 선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찬반 프레임이 정치적 중심축이 되면서, 민생 정책이나 정강 정책 개정 등 핵심 의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결국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보다, 누가 '윤석열 편'인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당의 외연 확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윤석열 탄핵 프레임’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성격을 변화시켰고, 진영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는 전당대회를 당 쇄신의 계기로 삼고자 했던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결과였다.

4. 정책 실종된 전당대회, 유튜브 면접과 여론몰이의 장으로

2025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정당의 정상적 정치 절차를 무력화시킨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지도부 선출이라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에서 정작 실종된 것은 ‘정책’과 ‘비전’이었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유튜브 중심의 여론몰이와 감정적 구호였다. 특히 우파 성향 유튜버 전한길의 영향력은 전당대회 판세를 사실상 재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유튜브 방송이 전당대회 공식 무대가 되다

전당대회 후보들은 전통적으로 지역 합동연설회, TV토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책과 리더십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전대에서는 유튜브가 새로운 ‘공식 무대’로 부상했다. 전한길을 비롯한 우파 유튜버들은 후보들을 출연시켜 사실상 ‘면접’을 진행했고, 후보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정책 발표 대신 유튜브 출연을 통해 특정 프레임에 맞춰 자신의 입장을 맞추고, 구호성 발언으로 지지층에 어필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정치 콘텐츠가 아닌 선동성 콘텐츠가 지배

이 과정에서 정치적 논의보다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콘텐츠가 우위를 점했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복권, 탄핵 반대, 반문재인 프레임 등이 반복적으로 소비되었고, 후보들은 해당 구도에 편승함으로써 자신을 어필하려 했다. 사실상 특정 유튜버의 콘텐츠 프레임이 전당대회 담론을 장악한 셈이다. 당원들은 정책이나 이념보다 '누가 전한길과 가깝고, 누가 배신자인가'를 기준으로 후보를 판단하게 되었다.

 

우파 경향 심화, 중도층과의 거리

전한길 등 우파 유튜버들이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방송을 통해 경쟁 후보를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국민의힘은 ‘우파화’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중도층 유권자나 젊은 세대의 이탈을 유도할 수 있는 위험한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전한길의 ‘배신자 프레임’은 정치적 다양성을 억누르고 단일한 충성구도만을 강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역 의원의 부재가 상징하는 구조적 문제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6명이 원외 인사라는 사실은, 현역 의원들이 이 구조에 뛰어들기를 꺼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치 경험이 적거나 유튜브 영향력에 기대는 후보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서 전당대회는 정책 경쟁보다 이미지 소비와 충성경쟁으로 치달았다. 당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무대가 ‘콘텐츠 경쟁장’으로 변질된 셈이다.


정당의 전당대회는 원래 당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자리다. 그러나 2025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유튜브 중심의 편향된 담론, 우파화된 프레임, 정책 실종, 감정적 충성 경쟁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당내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해야 할 시점이다.